[TV] 한니발 — 하루를 1년처럼 사는 남자

한니발 렉터는 미국의 소설가 토마스 해리스가 발표한 범죄 스릴러 연작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닥터'라는 직함 대로 저명한 정신과 의사인 그는 5개 국어에 능통하고 미술, 음악, 역사 등 문화와 예술에 조예가 깊다. 동시에 한니발 더 카니발(Hannibal the Cannibal)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식인을 하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이기도 하다. 이런 전대미문의 캐릭터다 보니 영화화가 꽤 됐는데 렉터 박사 하면 역시 앤서니 홉킨스가 첫 손에 꼽힌다. 소싯적 본 <양들의 침묵> 내용은 가물가물해도 렉터 박사=앤서니 홉킨스일 정도로 홉킨스가 분한 렉터 박사의 섬뜩함은 뇌리에 깊게 각인되었다(이후 본 <휴먼 스테인>에 집중이 잘 안 되는 역효과가....) 

 

미드 <한니발>은 이 유명한 렉터 박사가 FBI 특별 수사관 윌 그레이엄과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부터 <레드 드레곤>까지 살짝 걸치는 내용을 다룬다. 원작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미스터리 수사물 혹은 심리 스릴러를 기대했으나 감독이 <푸싱 데이지>의 브라이언 퓰러여서인지 내용이나 연출에서 (예쁜) 판타지 요소가 충만한 작품. 윌 그레이엄의 프로파일링 기술을 시각적으로 화사하게 담아 내 고어한 장면도 제법 두 눈 다 뜨고 볼 수 있었다. 시즌별 테마 혹은 컨셉에 따라 연출 차이가 있는데 미장센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근데 이 공들인 연출이 반복되다 보니 루틴이 돼버려 식상한 구석도 있다. 시즌 3 초반이 특히 그런데 줄기차게 나오는 비디오 아트스러운 화면이 은근히 물리기도. 

 

해서 뮤직비디오스러운 마무리가 별 감흥이 없더라는. 절정으로 치달은 윌 그레이엄의 원초적 감정과 고뇌가 너무 ‘세련되게’ 그려졌다. 시즌 2까지는 그래도 흥미롭게 봤는데 시즌 3 들어서면서 묘하게도 장르가 전환된 듯한 데다 ‘이빨 요정’ 부분은 연출이 너무 장황, 지루해서.... 그간 나름대로 상쇄해 온 설정 구멍이 더욱 부각되어버린 역효과가 일기도. 아무튼 그레이엄이나 렉터 박사나 다들 강철 맷집이다. 장르 특성상 질긴 생명력의 소유자들이 등장하는데 특히 원작과는 다르게 칠튼 박사도 강철 맷집에 포함해야 할 듯(이걸 맷집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요리 중 수상한 낌새를 감지한 렉터 박사

 

잭 크로포드와 격투에서도 밀리지 않는 렉터 박사

 

렉터 박사를 면회 중인 FBI 특별 수사관 윌 그레이엄

 

이래저래 아쉬움과 만족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지나치게 때깔 좋은 연출과 일부 캐릭터 구축은 다소 식상,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시즌 1 후반과 시즌 2 몇몇은 곱씹어 볼만한 구석이 꽤 있다는 점에서, 매즈 미켈슨과 휴 댄시 두 배우의 합이 좋았다는 점에선 만족스럽다. 특히 한니발이 보다 젊게 그려지면서 특유의 고아한 취향이 배우의 오라와 잘 버무려졌다. 무력까지 업된 것은 덤. 그레이엄과의 관계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렉터 박사의 일상에 보다 근접할 수 있었는데 홉킨스의 렉터 박사가 농익은 살의를 보여줬다면 미켈슨의 한니발은 근면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할 것 같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진료하랴 요리하랴 논문쓰랴 그림에 작곡에 하루를 1년처럼 사는 렉터 박사. 한니발의 자기 개발서가 나온다면 한번 읽어보고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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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ibal (TV series, 2013)

Based on Characters from Red Dragon by Thomas Harris
Developed byBryan Fuller

 

Cast 
Hugh Dancy as Will Graham
Mads Mikkelsen as  Hannibal Lecter
Caroline Dhavernas as Alana Bloom
Laurence Fishburne as Jack Crawford
Hettienne Park as Beverly Katz
Scott Thompson as Jimmy Price
Aaron Abrams as Brian Zeller
Gillian Anderson as Bedelia Du Maurier

photos: n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