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아레오파기티카 — 존 밀턴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와 관용의 한계

작년부터 국내외로 언론에 관하여 시끌벅적할 때 문득 언론인들에게 ‘고전’으로 통하는 책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귀스타브 르 봉, 월터 리프만 등 저명한 학자의 서적들이 널리 알려졌지만, 정말로 ‘성서’와 같은 책은 과연 무엇일까 하고.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밀턴이 쓴 <아레오파기티카 Areopagitica>가 떠올랐다. 청교도의 단결을 호소하는 내용으로 셰익스피어만큼 빼어난 산문을 자랑한다, 정도로만 (주입식으로) 알고 있었는데 ‘언론자유의 경전’, ‘표현 자유의 마그나 카르타’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책이더라. 논술 대비 수험생 필독서라고도 한다. (나 고등학교 때는 실낙원, 복낙원 배우기도 벅찼던 거 같은데…)

올해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전면개정판이 나왔다. 박상익 역자의 99년 판본도 그렇고 개정판 제목도 널리 알려진 ‘아레오파지티카’가 아닌 ‘아레오파기티카'다. 학교 프로젝트 때 선생님이 Iphigenia를 ‘이피게니아’라고 부르던 게 생각난다. 외국어가 나오면 미국식으로 부르기 마련인데, 그 선생님은 고유명사니 원발음을 따르는 게 맞는다며 굳이 정정해서 불렀더랬다.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는 몇 안 되던 1인이었네). 

First page of the 1644 edition of <Areopagitica>, Wikipedia

한때 ‘every cloud has a silverlining’이라는 말이 좋아 <코머스>도 열심히 봤었는데(말 그대로 봤다. 내용은 어떻게든 알아도 운문은 읽기 어려워…) 이후 의무감처럼 읽었던 <실낙원>, <복낙원>도 새롭게 읽게 되었다. <군주론>도 사실 <만드라골라>를 읽고서야 비로소 찬찬히 읽었다.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높인 지식인들은 연설문, 논문, 비평뿐 아니라 이렇듯 그 시대의 인습을 날카롭게 꼬집는 풍자극도 잘 쓰니 정말 넓게 파면 깊이 알게 되는 게 맞는가 보다. 밀턴은 너무 열심히 판 나머지 40대에 실명을 하고 말았지만 그러고도 역작이 줄줄이 나왔으니 역시 난사람이다.

에어컨 바람 쐬며 읽었는데 찬바람 불어 정리를 하네. 이놈의 게으름… 책은 300쪽이 넘지만, 역자의 해제와 연구 내용이 반이다. <아레오파기티카>는 아테네의 변론가 이소크라테스의 ‘아레오파고스 연설’ 형식을 따왔다고도 한다. 이소크라테스는 하도 심신이 허약하여 읽힐 것을 전제로 한 연설문을 작성했다고 하는데 밀턴 역시 <아레오파기티카>를 읽힐 것을 전제로 의회에 보냈다.

17세기 영국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나

그리고 존 밀턴은 누구인가

- 의회파와 왕당파의 간의 투쟁, 의회파 내 프로테스탄트의 갈등 심화

- 장로파가 주교제를 주장하며 신교 간 갈등 고조

1608. 12 .9 런던에서 태어남

1625. 3. 25 제임스 1세 사망

1629. 3 .10 찰스 1세 의회 해산, 이후 11년 간 의회 폐쇄; 진영 간 팸플릿 전쟁 심화

1641 <종교개혁론> 익명 출간

1642 잉글랜드 시민 전쟁 (청교도 혁명) 발발

1643 <이혼론> 출간, 교회법에 명시된 이유(육체적 결함, 신앙 문제)로만 이혼이 가능한 점을 비판; 구교와 청교도, 장로교 모두로부터 맹비난을 받음

1643. 6.14 의회 출판허가법 제정

1644. 11. 24 출판허가법을 철회를 촉구하며 <아레오파기티카> 출판

1649. 1.30 찰스 1세 처형, 잉글랜드 연방 성립; 공화정 내 비서관으로 임명

1652 다독과 업무 과중으로 실명

1658. 9 올리버 크롬웰 사망

1660. 5 찰스 2세 귀국, 왕정복고; <우상타파론>, <영국인의 위한 변호> 등 밀턴의 저작이 분서 됨

1665 <실낙원> 발표­

1671 <복낙원>, <투사 삼손> 출간

1674. 11. 8 사망

밀턴이 ‘자유의 옹호자인가 반대자인가’에 관해 수많은 학자가 끊임없이 이야기해 왔다. 언론 자유의 경전이라고 불리는 <아레오파기티카>에서 가톨릭 신앙에 대한 철저한 불관용의 의지를 천명했다는 사실은 여러 논쟁을 낳았다. 밀턴이 호국경 체제에서 가톨릭 저술들을 규제하는 검열관 직분을 맡았다는 사실도 한몫했다. <현대언론사상사: 밀턴에서 맥루헌까지>의 저자 허버트 알철은 지식인 대부분이 그렇듯 밀턴 역시 이론과 실천의 간극을 메우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윌모어 켄덜은 밀턴이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기는커녕 그 반대편에서 철저하게 닫힌 사회를 지향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밀턴이 <아레오파기티카>를 쓴 17세기는 잉글랜드 내전 중이었고 기독교 사상이 하나의 규범 - 페러다임 - 으로 통용되던 시대였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 개혁에 대한 열망은 밀턴에게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자유이자 정의였다.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기보다 종교개혁의 가치를 실현할 자유를 얻고자 <아레오파기티카>를 저술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76, A.S.P Woodhouse, The Heavenly Muse: A Preface to Milton, 1972 재인용)).

밀턴이 보기에 외국인인 교황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은 부조리하며 시민 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자유의 침해였다. [로크 역시 <관용론>에서 같은 주장을 함.] 프로테스탄트이지만 밀턴은 칼뱅주의의 원죄를 부정하고 인간 양심과 이성에 기반을 둔 만인사제주의를 옹호했다. 대게의 경우 밀턴은 the Reformation이라는 말 대신 reformation이란 말을 즐겨 사용했는데 이는 종교개혁이 한 차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임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198, Georgia Christopher & Dennis Danielson 재인용)).

1640년에 이르러 대주교 로드는 가톨릭교회를 적대시 하지 않으려 했고 이는 청교도 내 분열을 초래했다. 밀턴은 겉으로만 프로테스탄트임을 내세우는 국내의 적대 세력에 맞서 싸우는 역할을 자처하고 출판 허가법[1643년 6월 14일 공포]을 반대했다. 밀턴에게 주교들은 일관되게 적그리스도를 따르는 악의 세력이지만 장로파는 혁명을 배신한 위선자들이었다 ((208, Hugh Trevor-Roper, 1988, 266 재인용)). 이런 면에서 장로파와 그 외 프로테스탄트 세력을 다시 규합해서 가톨릭교회에 대항하는 것이 밀턴 일생의 과업이었다. 의회 내 에라스투스파 의원들을 설득하고자 작성했기에 국가와 교회의 분리에 대해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아레오파기티카>는 에우리피데스의 <탄원자들>의 한 구절로 시작한다.

"국가에 대하여 건전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고 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칭송을 받을 때, 그리고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할 의지도 없는 사람이 침묵을 지킬 수 있을 때, 이것이 진정한 자유이다. 한 나라에 이보다 더 큰 정의가 있을 수 있겠는가?”

서론: 진정한 자유를 위하여

밀턴의 주장을 출판물에 대한 모든 형태의 제약을 철폐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밀턴은 사전 검열에 반대했고 저자와 인쇄인의 이름을 기재하는 것과(서명법)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저자와 책을 처벌하는 데는 반대하지 않았다. 일단 출간된 서적에 대해서는 저자와 인쇄인이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검열제의 기원

아테네에서는 신성 모독적이고 무신론적인 책, 또는 중상적인 책들을 제외하고 다른 종파와 견해에 대해서는 그것이 설혹 방탕하고 신의 섭리를 부정한다 해도 개의치 않았다. 스파르타는 짧은 경구 외에는 책이란 것을 혐오했기에 서적 검열이란 것도 필요 없었다. 로마인들 역시 스파르타인과 비슷했다. 가장 기본적이고 실용적인 법률과 종교를 제외하면 지식이 거의 없었다. 기독교 이전 로마 시대에도 검열이 있었지만, 중상과 신성모독을 제외하고 행정관은 무슨 책이 나오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한가지, 밀턴은 이 시대에 오비디우스의 저작들을 박해한 적이 없다고 했으나 <사랑의 기술>은 공공도서관에서 철거당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래 초기의 공의회와 주교들은 800년에 이르기까지 反권장도서식의 목록만을 언급할 뿐 그 이상의 조처를 하지는 않았다. 검열을 함부로 하지 않았고, 취급한 책도 많지 않았다. 15세기 마르티누스 5세 시대에 이르러 위클리프와 후스의 주도 아래 엄격한 검열이 이루어지고 교황 레오 10세 이후에는 예전 저작들에도 검열의 칼바람이 몰아쳤다. 밀턴의 시대에 이르러 주교단의 검열 명령서와 허가증을 라틴어로 작성했는데 밀턴은 이를 원숭이처럼 로마를 닮았다고 비꼬았다.

선과 악의 지식

모세, 다니엘, 바울은 물론 성서 기록자 대부분은 다독으로 그리스의 모든 학문에 정통했다. 바울은 사도행전(17:28)과 고린도 전서(15:33), 디도서(1:2)에서 아라토스와 에우리피데스, 에피매니데스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모든 종류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정당하고 유익하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배교자 율리아누스 황제가 기독교인의 이교 문헌 연구를 금지하는 포교령을 내렸는데 이는 기독교인들이 문법과 수사학을 배우지 못하게 하여 무지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기독교인들은 우리의 무기로써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며, 우리 자신의 예술과 학문으로 우리를 정복한다.”

검열제의 비효율성

학자가 책을 맨 처음 접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악덕과 오류를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검열관이 무오류와 절대 청렴의 은총을 입은, 나라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국민들이 그들을 믿든가, 아니면 그들 스스로가 그렇다고 전제하지 않는 한, 검열관들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만일 현명한 사람이 마치 뛰어난 제련사처럼 불순물 덩어리에서 금을 가려내고, 어리석은 자는 좋은 책을 지니든 못 지니든 여전히 바보로 남는 것이 진실이라면, 그렇다면 현자에게 지혜를 빼앗을 이유도 없고, 제약을 가해봤자 어리석음을 막는 데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제한을 바보에게 가할 이유도 없다. 

검열관들은 산 자들의 세계와 태어나지 않은 영혼을 가르는 신비한 강처럼(플라톤 <파이돈>) 근면한 학식과 지혜를 갖춘 보통 이상의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방대한 양의 서적과 팸플릿을 쉬지 않고 읽어야만 한다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이 보다 더 지루하고 불쾌한 일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시간과 연구를 소중히 여기는 현자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인데 이로 미루어 보아 장차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검열관이 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무식하고 오만하고 무책임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천박하게 돈이나 밝히는 사람일 것이다.    

검열제의 해악

한 인간이 세상을 향해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이성을 총동원하여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일이다. 온 정성을 기울이고 숱한 밤을 지새우면서 쓴 책이 검열관의 서명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학문의 위엄에 대한 치욕이자 망신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저자가 보충하고 싶은 내용이 생겨서 그때마다 검열관을 만나야 한다면 이 또한 막대한 손실이다. 만나기도 힘든 검열관의 사간에 맞추느라 분주한 사이 인쇄를 중지해야 하고 저자가 정확한 뜻을 잊어버려 처음보다 더 나쁜 책을 내놓게 될 수도 있다. 검열관의 편협한 기질에 맞추어 개조되는 책의 저자가 어떻게 만인의 스승이 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베이컨은 “검열받은 책은 그 시대의 언어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지식의 확산은 상품의 유통이 아니다. 

쾌락과 이익에 탐닉하는 부자의 일화를 이야기하며 —

부자는 자신이 결코 종교라는 복잡한 사업에 정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종교적으로 이웃에 관대하고 믿음이 건실하다는 평판을 얻기 위해 자신의 종교 문제를 전적으로 맡아 관리해 줄 대리인을 찾는다. 성직자에게 자신의 종교 창고를 모두 위탁하고 성직자는 부자의 종교가 된다. 베다니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동안 무화과로 아침 허기를 채우는 예수보다 훨씬 훌륭한 아침 식사를 먹은 후 성직자는 밖으로 나가고 부자는 온종일 그의 종교 없이 가게에 남아 장사를 한다.

성직자들 역시 더 나을 것이 없다. 각종 주해집과 발췌집, 색인집으로 알파벳 놀이나 음계 놀이를 하듯 내용을 이리저리 짜 맞추면서 약간의 공부와 두 시간가량의 명상으로 일주일 분 이상의 설교 재료를 마련한다. 이렇게 납품받은 지식은 정월 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얼음처럼 단단하고 견고한 복종에 의한 만장일치일 뿐이다.

이집트 오시리스 신화를 이야기하며 —

태양을 지혜롭게 바라보지 않으면 태양은 우리를 후려쳐서 어둠 속으로 빠뜨린다. 보는 빛은 영원히 쳐다보기 위해서 주어진 것이 아니며 그 빛으로 우리의 현재 지식에서 멀리 떨어진 것들을 계속해서 발견토록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가정과 정치 두 분야에서 삶의 규범을 주의 깊게 개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츠빙글리와 칼뱅이 비춰 준 섬광을 너무 오래 바라본 나머지 완전히 눈이 멀어버린 것이다.

잉글랜드인의 위대성

밀턴은 잉글랜드인을 삼손과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독수리에 비유하면서 종교개혁의 완성을 촉구한다. 잉글랜드 국민의 이성과 도덕적 능력에 대한 낙관과 애국심이 잘 드러난다. 프로테스탄티즘에 의해 ‘근대적 개인’이 탄생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밀턴은 독수리로 상징되는 근대적 개인으로 가득한 조국 잉글랜드에 대한 비전을 그린다.

관용의 가치

밀턴은 잉글랜드 종교 개혁의 완성을 위해 프로테스탄트 사이의 논쟁과 비판을 허용할 것을 주장하며 이것이 만인사제주의에 기반을 둔 관용의 가치라고 말한다. 거짓과 진리가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하는 경쟁, 즉 토론을 허용해야 한다. 진리의 논박이야말로 거짓에 대한 가장 확실한 억압이다. 진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책도 필요 없고 전략도 필요 없으며 검열 또한 필요 없다. 이러한 것들은 오류가 진리의 힘에 맞서 싸울 때 사용하는 계략이며 방책일 뿐이다. 진리는 사로잡혀 꽁꽁 묶일 때만 신탁을 말하는 늙은 프로테우스와는 다르다. 진리에 대결의 장을 허용하라.

항상 서로를 판단하는 태도야말로 프로테스탄트의 위선이 똬리를 트는 주요 본거지라고 밀턴은 말한다. 이 외적인 일치를 강요하는 쇠로 만든 멍에가 프로테스탄트의 목에 노예의 낙인을 남기지나 않을까 두렵다며 리넨의 허례가 남긴 망령이 아직 우리 주위를 떠돌고 있다고 경고한다.

관용의 한계

프로테스탄트 내 분열을 일으키고 오류를 범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한 모임과 평온한 해산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자유롭게 빈번히 모이는 청중과 함께 이 문제를 철저하게 토의하고 검토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오직 게으름과 완고함 그리고 올바른 대의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프로테스탄트 내에서의 분열과 오류는 그 속에서 새로운 진리를 찾게 하고 새로운 계단을 오르게 하는 과정이다. 모두가 한마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하는 이는 없다. 그렇기에 모두를 강제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을 관용하는 것이 의심할 여지 없이 더 건전하고 더 현명하며 더 기독교적이다. 가톨릭과 공공연한 미신을 제외하고. 

검열제를 의회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종교재판소의 도미니쿠스 수도사가 한 일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태가 이러한 데 억압하는 자들을 먼저 억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레오파기티카>의 끝맺음 — 

"내가 아는 바로는, 오류는 좋은 정부에서나 나쁜 정부에서나 다 같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행정관들은 그릇된 정보를 갖지 말아야 하는데, 만일 출판의 자유가 몇몇 사람의 수중에 집중된다면, 그들은 그런 오류를 더 빨리 범하게 됩니다. 오류를 범한 것을 기꺼이 신속하게 교정하는 것이, 그리고 최고 권력에 있는 사람으로서 타인이 고가의 뇌물로 유혹하더라도 명료하게 통보할 것을 존중하는 것이, (존경하는 상원 및 하원 의원) 여러분의 가장 고귀한 행동에 어울리는 미덕입니다. 가장 위대하고 가장 현명한 사람들이 아니면 이런 일을 해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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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이야기할 때 “나의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알고 말하고 주장할 자유를, 다른 어떤 자유보다도 그러한 자유를 나에게 주십시오.”라는 구절을 널리 인용한다. 그래서 언뜻 밀턴이 보편타당한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다고 여기는데, 잉글랜드 내전 당시 밀턴은 가톨릭을 철저히 악으로 규정하고 불관용의 원칙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과연 ‘자유 언론의 수호자인가 혹은 그 반대인가’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도 활발하다. 분명한 것은 밀턴이 왜 검열을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는지, 어떤 식으로 지식의 확산을 피력하고 관용을 이야기하는지 당시의 정권 교체 과정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화정을 수호하고 종교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몸 사리지 않던 밀턴. 결국 찰스 2세의 복귀로 왕정복고가 이뤄지면서 체포되지만 나이 들고 눈도 먼 대문호를 처형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는지 사면된다. 이후 구술로 <실낙원>, <복낙원>, <투사 삼손> 등 역작을 완성하며 정치적 실패와 삶의 고뇌를 위대한 창작으로 승화시킨다.

아레오파기티카 - 언론자유의 경전     

존 밀턴 (지은이), 박상익 (옮긴이) | 인간사랑 | 2016-12-30

원제 Areopagitica, 164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