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서 아니,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하는 모든 무대에 있어 무대디자인은 이야기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믿고 있는 본질이다. Continuous City는 이런 우리의 굳건한 믿음에 도전장을 내민다. 가상현실을 보는 듯한 첨단 테크놀로지는 비디오 이미지와 결합하여 극의 내용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내러티브 그 자체이다. 바꿔 말하면 Continuous City의 스토리는 무대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해 존재하며 무대디자인이 결국 이 연극의 주인공이다. 


현대 테크놀러지는 삼차원 공간에서 스크린과는 차별화되는 스펙터클을 창조하곤 한다. Circuit De Solaile나 Robert Lepage의 공연은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무한 상상의 세계로 탐험을 가능하게 한다. 


Continuous City는 새로운 테크놀러지 XUBU에 관한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관객을 그들의 내러티브에 동참시킨다는 점에선 다소 흥미롭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는 내내 우리가 일반적으로 ‘연극’이라는, 영화와 구별되는 장르에서 기대하는 스토리나 캐릭터들 간의 관계를 통한 기승전결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Continuous City는 철저하게 XUBU에 관한 이야기다. 한편의 연극이라기 보다는 XUBU라는 타이틀의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감독의 말처럼 이 연극은 공간을 초월하여 멕시코, 상하이, 싱가포르, 토론토 등 다양한 지역을 아우르고 그곳에서의 삶을 오버래핑하면서 종국에는 궁극적인 ‘연결'(connection)에 관한 깊은 갈망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어느새 나 역시 이 극에서 어떤 '고리'를 찾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 주제와는 별도로 왠지 극에 몰입하기 힘든 것은 BAM이라는 공간이 주는 에너지 때문이 아닐까 한다. 공연을 위한 무대디자인만큼이나 그 무대를 위한 공간의 '선택' 또한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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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라 케인 Sarah Kane의 1995년 작 <BLASTED>. 

인간의 내제된 욕망과 극한의 상황을 잔혹 미학을 통해 거침없이 표현하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그녀의 작품은 늘, 그리고 아마도 만고에 화제를 불러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사라케인 BLASTED
Soho Rep's new production of < Blasted> Photo: Simon Kane, NYT Thea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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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o Rep.의 <BLASTED>공연은 사라 케인의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충실하게 옮겨 놓았다. Off Broadway의 아담한 극장에 호텔 방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사실적인 무대는 저 푹신한 침대에 드러누워 보고 싶다는, 아늑함 마저 들게 했지만 이런 초반의 무대연출은 그저 극의 극대화를 위한 장치에 불과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극이 전개되면서 가감 없이 사라 케인의 텍스트에 충실한 리얼한 무대연출은 극을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게 했다. 폭력과 잔혹함을 통해 사라 케인이 말하고자 하는 알맹이를 채 생각해 볼 틈조차 없이 괴로움 속에 몸부림쳐야만 했다. 조그만 방에 갇혀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게 이유도 없이 마구 난타 당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녀의 연극을 ‘감상’할 수 있는 강단이 아직 나에겐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옆에 앉아 있던 한 여자 관객은 극이 종반으로 갈 때쯤 결국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내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연극계의 타란티노라고도 불리는 (사실 이 표현은 조금은 어색하지만) 사라 케인의 작품을 타란티노 영화처럼 즐길 수 없는 건 영화와는 다른 리얼타임이 전해주는 연극만의 내러티브 때문일 것이다.

 

<BLASTED> 속의 구원과 사랑이란, 블랙유머가 느껴지는 엔딩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마음 편히 웃어 볼 수 있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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