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 영화. 시집

아오. 6월이 넘었네. 날씨는 한창 덥더니 또 왜 이리 추워진 게야.

 

 

드립 

요즘 점드립 해보고 있다. 제대로 된 방법은 아니고 기본 핸드드립에서 그냥 물만 점점점 떨구는 건데(펠리칸 포드도 있는 김에) 이것만으로도 커피 맛이 확 달라진다는 것에 놀랐다. 같은 원두인데 이럴 수가! 

물론 인내심과 더불어 체력이 필요하다. 펠리칸으로 점점점 떨구다 보면 팔이 떨어지려고 하니 운동은 잘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스포이트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면서 여기서 느낀 점은 

 

1. 정석으로 점드립 한 커피 되게 맛있을 것 같다. 마셔보고 싶다. 

2. 나의 핸드드립 실력이 형편없다. 

 

암튼, 같은 원두로 이렇게까지 다른 커피가 되다니. 얼른얼른 우려서 카페인을 섭취해야겠다는 그동안의 태도를 조금은 반성한다. 매뉴얼이 있고 공을 들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로구나.

 

 

 

<더 폴 The Fall> 

볼수록 좋은 것 같다. 알렉산드리아는 언제봐도 너무 사랑스러워. 처음 봤을 땐 알렉산드리아랑 다윈 보느라, 그리고 무엇보다 타셈 감독의 영상미에 빠져서 폼 잡는 남주는 안중에도 없다가 몇 번 보니 연기 참 괜찮다 싶었고, <Soldier's Girl>에서 다시 한번 놀라고, 근데 이 모든 인물이 '네드'였다는 것에 또 놀라고.

난 미드는 맨날 같은 것만 보고 또 보는 터라 <Seinfeld>와 <CSI: LV> 정도만 곰국 우리듯 몇 년이고 주야장천 보는데, 음 요즘엔 <House of Cards>도 추가되었다만, 암튼 새로운 미드로 진입이 딱히 잘 안 되더라. 흥미+인내가 돋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Pushing Daisies>는 은근 피식거리게 하는 내용에 몇 편 보긴 했었는데. 쇼 자체는 산으로 가면서 쫑나고 말았지만. 그러고 보면 리 페이스도 나름 카멜레온이다. 딕션도 좋고.

 

 

 

<퀼 Quill> 

나온 지 한 참 된 영화고, 정말 안 보려고 했다. 부제부터 '어느 안내견의 삶'이라니. 

그러나 결국 보고 말았다. 감독도 의외고, 쥐어짜는 멜로도 아니라고 해서 용기를 내어 봤건만, 막판에 정말 힘들었다. 휴... 사실 안내견으로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퀼의 일생을 덤덤하게 그렸는데 그래서 밋밋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허나 개의 일생을 지켜 본 사람이라면... 

안내견보다 먼저 죽는 거 아니라는 소장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특수임무견들의 노고에 감사하자.

 

 

 

<판도라> 

남들 보러 갈 때 안 봤다가 이제야 봤다. 공짜라. 

원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데는 유익했으나, 코리안 아마겟돈도 아니고. 휴... 헌데 이성의 작용과 상관없이 <퀼>보다 더 많이 울었다. 나이가 들면서 정말 눈물이 제어가 안 된다. 남자야 여성 호르몬이 많아져서 그렇다 치더라도 도대체 난 뭐야.

 

 

 

세계시인선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 출발어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제법 유용하다. 그렇다 보니 브레히트, 말라르메, 랭보, 보들레르는 읽으면서 왠지 아쉬운 느낌. 디킨슨, 헤밍웨이를 열심히 읽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