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Mortal Engine

Mortal Engine
Chunky Move
2009 BAM Next Wave Festival

인간의 움직임과 첨단 테크놀러지가 결합하여 새로운 미디어 판타지를 만들어 내는 인터렉티브 퍼포먼스. Chunky Move는 호주 시드니에 베이스를 둔 퍼포먼스 그룹이다. 유려한 몸짓과 테크놀러지의 결합은 인간 육체와 공간의 새로운 관계를 인식하게 해주면서 뉴 미디어 혹은 인터렉티브 아트라는 장르를 만들어 냈다. 이런 류의 공연이라면(본 것도 많이 없지만), 프랑스 현대무용의 거장 필립 드쿠플레의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

첨단 테크놀러지를 이용하여 유기체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 한다거나 발견, 재해석하는 방식은 모두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기계에 대한 알러지라도 있는지 감흥과 설렘 보다는 '이런 것도 있구만...'하는 식의 결론에 이르게 되는게 대부분이다. 특히나 무기체의 퍼포먼스가 두드러질 때면 더욱.

취향의 차이인지 이해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공연은 인터렉티브 프로그래밍에 대한 호기심과 초반부의 사이키델릭한 면을 제외하면 내용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감흥은 크게 와 닿지 않았으며 후반부의 초록색 레이저 퍼포먼스에 이르러서는 '진실은 저 너머에...'라며 엑스파일 음악을 나도 모르게 떠올리고 말았다. 

스튜디오에서 같이 있는 친구 한명도 이 공연을 봤는데 역시나 레이저쇼 부분에선 그저 그런 반응. 비디오 클립이나 사진으로 본 장면이 훨씬 인상적이지만 관객 중엔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받아들이는 건 역시 각자 나름.

흥미로운 건 Heiner Goebbels의 <Stifters Dinge>는 사람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그야말로 온전한 무기체들의 퍼포먼스지만 그것으로 완벽에 가까운, 심리적 파장을 넘어 경외심마저 일으킨다는 점이다. 예술의 영역으로 인간과 기계, 유/무기체의 진화를 지켜보는 것 역시 또 다른 흥미진진, 즐거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