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로버트 에드먼드 존스 Robert Edmond Jones — American Visionary

20세기 미국 연극사는 물론 현대 연극을 이야기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유진 오닐 Eugene O’Nill이다. 오닐은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 Mourning Becomes Electra>(1929)로 미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며, <위대한 신 브라운 The Great God Brown>(1925), <얼음 장수 오다 The Iceman Cometh>(1939) 등 걸작 희곡을 남겼다. 이 위대한 극작가를 이야기하면서 그의 텍스트를 풍부한 시각언어로 표현한 로버트 에드먼드 존스 Robert Edmond Jones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존스는 오닐이 신뢰하는 작업 파트너였고 무엇보다 신실한 벗이었다. 

 

존스는 미국 현대 무대미술의 아버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연극계는 독일 표현주의의 전성기로, 무대미술 역시 2차원적 리얼리즘 스타일에서 신 무대술, 소위 뉴 스테이지크래프트 The New Stagecraft라는 새로운 트랜드로 막 넘어가는 시기였다. 존스 역시 하버드 졸업 후, 존 리드, 리 사이몬 등과 함께 에드워드 고든 크레이그 Edward Gordon Craig를 따라 이 새로운 무대미술을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난다. 하지만 플로렌스의 학교는 존스의 입학을 거절한다. 그는 대신 베를린으로 가 상징주의와 표현주의의 대가 막스 라인하르트 Max Reinhardt와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존스의 디자인은 표현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단순하게 표현주의 개념을 말하는 것이 아닌 약식화 된 리얼리즘 Simplified Realism이라고 이야기한다. 존스는 실험적인 유닛 세트를 과감하게 이용하여 함축적인 무대디자인과 상징적인 조명을 연출한다. 이는 당시 미국에서 성행하던 사진을 보는 듯 정교한 울트라 리얼리즘 세트, 소위 창의성이 결여 된 벨라스코 스타일이 표현하지 못했던 정서의 재현, 환기를 통해 작품의 서브텍스트를 효과적으로 끌어냈다. 뿐만 아니라 유닛 세트는 새로운 기술로써 벨라스코 스타일에 비할 수 없는 작업속도의 향상으로 효율적인 무대 작업이 가능했다. 이러한 존스의 무대미술은 언제나 화제의 중심이었다. 

 

1921년 존스는 실험적인 아티스트 그룹 프로빈스타운 The Provincetown Players에 가입하여 브로드웨이 프리미어뿐 아니라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실험적인 연극무대를 위한 작업도 이어간다. 아서 홉킨스의 <맥베스 Macbeth>를 작업하면서 기울어진 기둥과, 강렬하고 극적인 조명으로 1920년대 미국 연극계에 가장 획기적인 무대미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22년 작 <햄릿 Hamlet>에서는 배우를 대신하여 계단과 플랫폼, 파도치는 듯한 조명으로 선왕의 유령을 재현하여 표현주의 무대미술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존스의 햄릿은 20세기 가장 뛰어난 프로덕션 중 하나로 꼽히게 된다. 

 

존스는 일반적으로 감독보다는 혁신적인 무대미술가라는 평가가 더욱 크다. 하지만 오닐의 <느릅나무 아래의 욕망 Desire under the Elms>(1924)을 연출하면서 간결하고 상징적인 무대디자인 (처음 오닐이 제시한 아이디어에 존스가 매료되어 극에 맞게 다듬었다.)으로 극의 분위기에 형태를 부여함은 물론, 배우의 작위적이지 않은 감정 연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어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드러내는 것'으로 작품을 해석했다. 이러한 존스의 정서 혹은 무드의 환기라는 연극 철학은 1920년대 오닐의 자연적이고 관찰자적인 극작 기법에 많은 영감을 주기도 하였다. 

 

이 밖에도 <굿 럭 샘 Good Luck Sam>(1918), <잭팟 Jackpot>(1944), <류트 송 Lute Song>(1946) 등 다수의 브로드웨이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또한 1941년 자신의 연극관과 디자인, 새로운 무대에 관한 비전을 담아 <The Dramatic Imagination>을 집필했다.

 

미국 현대 무대미술은 로버트 에드먼드 존스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유럽 신 무대술의 아이디어를 미국 연극무대에 도입하여, 벨라스코 스타일의 과도한 무대요소를 과감히 배제한 존스의 약식화 된 리얼리즘은 이전 무대미술이 보여주지 못했던 정서의 환기를 통한 이미지 창조로 무대미술의 새 장을 열었다. 그의 혁신적인 작업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연극인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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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McDermott, Dana S. "Robert Edmond Jones and Eugene O'Neill." The Eugene O'Neill Newsletter 8.1 (1984)

Jones, Robert E. The Dramatic Imagination